편집자의 콕콕
장자연 사건, 봄이 올까요 본문
어느 무명 배우의 용기,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하리라'[더팩트|성지연 기자] 무명 배우의 용기가 작은 기적을 만들고 있다. 같은 소속사에서 함께 배우의 꿈을 키워가던 동료의 억울한 죽음을 가슴에 품고 살았던 윤지오가 용기를 내 사람들 앞에 섰다. 진심이 담긴 그의 호소가 폐쇄적인 연예계와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장자연 사건의 진실규명을 촉구하며 중심에 선 윤지오. 그는 지난 17일 SNS에 동료 연예인을 향해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최근 버닝썬 게이트 등 각종 연예 이슈가 불거지자 한창 뜨겁게 달아올랐던 '장자연 진실규명' 사건이 묻히지 않을까 염려한 것이다.
윤지오는 "연예인분들의 응원은 바라지도 않아요. 이러한 사실이 '안타깝다' 정도만의 언급도 어려우신 걸까요? 무명인 '듣보잡' 배우보다 영향력 있는 배우나 가수분들이 국민청원에 동참해달라는 한마디 말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재하는 게 그렇게 어렵나요? 무엇이 그렇게 두려운지 알고 있지만 모진 풍파는 다 제게로 오니 좀 도와주시면 안 될까요?"라며 답답한 심정을 전했다.
간절함이 전해 진 걸까. 소극적인 연예계에서 하나둘 '장자연'의 이름을 언급하기 시작했고 점차 많은 이들에게 릴레이처럼 번지고 있다.
제일 먼저 용기를 낸 건 개그맨 심진화 김원효 부부다. 심진화는 윤지오가 글을 올린 날, 자신의 SNS에 "재수사를 응원합니다. 장자연 님이 하늘에서라도 꼭 웃을 수 있길 바랍니다"며 장자연을 언급했다. 이후 심진화의 남편 김원효는 아내의 글을 캡처해 SNS에 올리며 "당신 말이 맞습니다. 지지합니다"라고 목소리를 보탰다.
배우 구혜선은 자신의 SNS에 장자연을 추모하는 글을 올리며 윤지오의 목소리에 힘을 보탰다. /구혜선 인스타그램지난 2009년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 장자연과 함께 출연했던 배우 구혜선도 목소리를 냈다. 구혜선은 '꽃보다 남자' 스틸을 자신의 SNS에 올리며 "내 손에 핫팩을 가득 쥐여줬던 언니. 같이 찍은 사진 하나 없어 아쉬운 언니. 하늘에서 편히 쉬어요. 아름다운 사람"이란 글을 올리며 장자연을 언급했다.
배우 김향기와 김지훈 신화의 김동완 또한 마찬가지. 이들은 장자연 사건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이 열린 뒤 올린 글에 '좋아요'를 누르며 윤지오의 용기에 응원을 보태고 있다.
장자연 사망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았던 배우 이미숙도 마찬가지다. 이미숙은 지난 22일 공식 입장을 배포하며 "죽음을 밝히는 과정에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기꺼이 추가 조사를 받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10년이나 묵힌 장자연 사건이 수면 위로 올라와 높은 관심을 받고 재수사에 급물살을 탈 수 있던 이유는 국민들의 참여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국민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장자연 수사 기간 연장 및 재수사 청원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지난 12일, 국민청원 게시판에 '故 장자연 씨의 수사 기간 연장 및 재수사를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접수됐다. 이에 동의한 참여 인원은 26일 오후 3시 기준, 69만 3,954명. 해당 청원은 '최다 청원'으로 게시판 상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청원에 대한 답으로 재수사를 엄격하게 진행할 것을 직접 지시하기에 이르렀다. 문 대통령은 "강조하지만, 이를 바로잡지 못한다면(장자연 사건) 결코 정의로운 사회라고 말할 수 없다. 법무부 장관과 행안부 장관이 함께 책임을 지고 사건의 실체와 제기되는 여러 의혹을 낱낱이 규명하라"고 지시, 책임을 확실히 했다.
'권력형 비리의 단적인 예'로 상징되고 있는 장자연 사건이다. 이를 알면서도 10년이란 시간을 우리 모두 침묵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어찌 보면 이렇게 묻혔을 사건. 한 '무명 배우'의 용기가 새로운 기적을 만들고 있다.
'장자연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로 알려진 배우 윤지오. 12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검찰청에 설치된 대검찰청 검찰 과거사 진상조사단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진술을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선화 기자지금이라도 침묵했던 모두가 조금 더 침묵하지 않기를, 장자연과 이 사건을 아는 모두가 조금 더 용기 내기를 기대해본다. 젊은 나이에 억울하게 먼 길을 떠난 장자연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늦더라도 진실은 밝혀지기 마련이라는 걸 보여줄 때다.
amysung@tf.co.kr[연예기획팀 | ssent@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