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의 콕콕
"물은 엎질러졌다" 산이, 어쩌다 이 지경까지 됐나 본문
산이, 논란 또 논란...언제까지 이어질까[더팩트|박슬기 기자] 래퍼 산이는 어쩌다 이 지경까지 됐을까. 하루가 멀다하고 '페미니즘 논란'에 휩싸이고 있는 그는 논란을 자초하고 있는 모양새다. 논란이 가라앉을만 하면 '페미니스트' 관련 음원발매와 발언을 하는 등의 행동 때문이다. 그가 어떻게 하다 이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는지 살펴봤다.
논란의 발단은 이수역 폭행 사건이다. 지난달 13일 새벽 4시께 이수역의 한 맥줏집에서 남자 다섯 명이 여성 두 명을 폭행했다고 주장하는 글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게재됐다. 그러자 이 논란은 남혐·여혐 등 성차별 문제로 번졌고 산이는 15일 이 사건의 영상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재했다. 이 영상에는 두 명의 여성이 세 명의 남성에게 모욕적이고 성적인 말을 퍼붓는 모습이 담겼다.
누리꾼은 산이가 게재한 영상을 보고 '경솔한 행동이 아니냐'며 비판했다. 아직 경찰 조사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한쪽에 유리한 입장의 영상을 게재한 게 새로운 여론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격렬한 비판을 받은 산이는 16일 "저는 여성을 혐오하지 않습니다. 혐오가 불씨가 돼 혐오가 조장되는 상황을 혐오합니다"라는 글과 함께 신곡 'FEMINIST(페미니스트)'를 공개했다.
하지만 이 음원은 또 다른 논란을 가져왔다. 자신이 페미니스트라고 주장하는 글과 다르게 가사에는 논란을 야기할만한 내용이 담겼다. 가사에는 '걔넨 좋겠다 몸 팔아 돈 챙겨' '남잔 범죄자' '여성부 좀 *짓 그만하고' '먼저 없애야 해 남성 혐오' 등이다.
그러자 래퍼 제이케이는 같은 날 유튜브에 'NO YOU ARE NOT(아니 넌 아니야)'라는 곡을 공개했다. 이 곡에는 '책 한 권 읽어본 건 똑같은 거 같던데 아웃풋이 이렇게 달라. 이게 하드웨이 차이라는 거?' '없는 건 있다 있는 건 없다 우기는 무식 없는 건 없는 거야 마치 면제자의 군 부심' 이라는 내용으로 산이를 디스했다. 미국 국적으로 군대에 가지 않은 산이가 '페미니스트'에서 '야 그렇게 권리를 원하면 왜 군대는 안 가냐'는 가사에 대한 반박이다.
산이(왼쪽)와 제리케이는 페미니스트 논란으로 서로를 디스하는 곡을 발표했다. /산이, 제리케이 페이스북 캡처그러자 산이는 18일 '6.9cm'라는 디스 곡으로 반격했다. '6.9cm'에는 ''너 때문에 설명할 좋은 기회가 생겼다 인스타그램 잘 봤다 맞아도 되는 사람 당연 없지만 제리케이 넌 이 새벽부터 좀 맞아야겠다' '어찌 그 노래가 혐오를 부추겨 이해력 딸려 곡 전체를 못 보고 가사나 봤겠지 선입견 듣고픈 대로 좀 더 깊게 봤다면 화자로 등장한 남자의 겉과 속 다른 위선과 모순 또 지금껏 억눌린 여성에 관한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대중은 여전히 산이에게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또 '페미니스트'와 관련해 국민청원게시판에 항의하는 글이 연이어 올라왔다. 이후 산이는 19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미안해. 오해가 조금이나마 풀렸으면 좋겠어'라는 글과 함께 사과문을 올렸다.
그는 '페미니스트' 이 곡은 여성을 혐오하는 곡이 아닙니다"라고 해명하며 '곡을 다시 한번 잘 들어봐 주시면 곡에 등장하는 화자는 제가 아닙니다. 제가 이런 류의 메타적 소설과 영화를 좋아해. 나름 곡에 이해를 위한 장치를 심어놨다고 생각했는데 설정이 미약했나 봅니다'라고 적었다.
이어 '남녀혐오라는 사회적 문제점을 강하게 야기하기 위해 이 주제를 선택했고, 곡의 본래 의도는 노래 속 화자처럼 겉은 페미니스트, 성평등, 여성을 존중한단 말하지만 속은 위선적이고 앞뒤도 안 맞는 모순적인 말과 행동으로 여성을 어떻게 해보려는 사람을 비판하는 내용입니다'라고 신곡 '페미니스트'를 속뜻에 대해 설명했다.
하지만 대중은 이 글은 '변명에 불과하다'며 그에 대한 비판을 멈추지 않았다. 논란은 또 다른 논란을 조장할 뿐이었다.
이후 산이가 몸을 담고 있는 소속사 브랜뉴뮤직의 패밀리 콘서트 소식이 알려졌다. 그동안 산이는 브랜뉴뮤직 대표 래퍼로 활동하면서 소속사를 알리는 데 공을 세웠다. 하지만 최근 '페미니스트 논란'에 휩싸이면서 팬들은 그가 무대에 서는 걸 반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랜뉴뮤직은 산이와 무대에 섰다. 그리고 문제가 터졌다.
산이는 2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SK 올림픽 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브랜뉴이어 2018'의 무대에서 '산이야 추하다'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들고 있는 팬들에게 "나를 싫어하냐"고 물었다. 관객석에서는 "네"라는 대답이 돌아왔고, 산이는 "나는 여러분을 좋아하기로 했다. 나를 왜 싫어하냐. 혐오를 사랑으로 즐기는 무대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산이는 무대 위로 던져진 '산이야 추하다' 플래카드와 돼지 피규어 등을 보고 비매너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워마드, 메갈은 사회악이다. 너희는 정신병이다"라고 외치며 영어로 욕설을 했다. 산이는 "정상적인 여성은 지지하지만 해당 커뮤니티 유저들은 지지하지 않으며, 일부 관객이 자신을 존중하지 않는데 자신 역시 그들을 존중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콘서트 분위기는 삽시간에 싸늘해졌다. 산이는 '아는 사람 얘기' 무대를 이어갔지만 갑자기 암전되면서 콘서트는 약 5~10분가량 공연이 중단됐다.
브랜뉴뮤직의 수장 라이머는 "기분이 불편하신 분들이 있었다면 사과드린다. 브랜뉴뮤직 아티스트는 다 생각이 다르다"며 "각자 자신들의 생각, 신념, 소신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한 뒤 고개를 숙였다.
산이는 3일 오후 자신의 인스타에 신곡 발표를 예고했다. /산이 인스타그램산이의 감정적인 대처가 결국 소속 아티스트들과 함께하는 콘서트까지 망쳐버린 것이다. 이 모습이 담긴 영상은 유튜브와 각종 SNS를 통해 퍼졌다. 산이는 3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문제의 영상을 게재하면서 '쿵쾅쿵 이제 곧 그분들이 몰려옵니다. 웅앵웅. 오늘 밤 유튜브 최초 공개'라는 글을 게재했다.
산이가 언급한 '쿵쾅쿵'은 일부 남성 이용자가 많은 사이트에서 처음으로 쓰이기 시작한 말로, 페미니즘 성향을 지닌 여성을 뚱뚱하다고 얕잡아 비하하는 뜻을 담고 있다. 이후 일부 여성 이용자가 많은 사이트에서는 '웅앵웅'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페미니즘에 관해 여성을 가르치려는 남성을 비하하는 용어로 쓰기 시작했다.
산이는 민감한 문제기 때문에 더 조심해야 할 성 차별적 단어들을 사용하면서 더 큰 논란을 만들고 있다. 결국 이렇게까지 된 데에는 '자업자득'인 것으로 보인다. psg@tf.co.kr [연예기획팀 | ssent@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