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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티' 김남주 "아직 고혜란으로 살고 있죠" 본문
'미스티' 고혜란 役 김남주 인터뷰[더팩트ㅣ강수지 기자] 공들여 구축하고, 최선을 다해 연기한 고혜란 캐릭터를 쉽게 떠나보내기 어려운 모양이다. 배우 김남주(47)가 "아직 고혜란으로 살고 있다"고 운을 떼며 또 하나의 대표작이 된 '미스티'를 만난 뿌듯한 소감을 드러냈다.
김남주는 지난달 24일 종영된 종합 편성 채널 JTBC 금토드라마 '미스티'(극본 제인·연출 모완일)에서 대한민국 최고 앵커 고혜란 캐릭터로 분해 열연을 펼쳤다. '미스티'는 살인사건 용의자로 지목된 고혜란과 그의 변호인이 된 남편 강태욱(지진희 분), 그들의 사랑과 민낯을 그린 격정 미스터리 멜로드라마다.
해당 드라마는 첫 방송부터 흥미진진한 스토리와 전개, 김남주의 탁월한 캐릭터 소화력 등으로 큰 화제를 모았으며 자체 최고 시청률 8.5%(닐슨코리아·유료방송가구·전국 기준)를 기록했다. 드라마 종영이 일주일 남짓 지난 3일, 김남주는 서울 종로구 팔판길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났다.
"드라마 끝나는 게 싫었어요. 16부가 짧잖아요. 아직 고혜란으로 살고 있네요(웃음). 떠나보낼 마음의 준비가 안 돼있죠. '미스티'가 많은 화제가 됐고,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평을 받았는데요. 몇 년 만에 어렵게 선택해 드라마에 출연했는데 좋은 반응으로 마무리를 지어서 그 어느 때보다도 흐뭇해요(웃음)."
이번 작품에서 '미스티' 김남주는 대한민국 최고 앵커 고혜란 캐릭터를 연기했다. 김남주는 앵커라는 직업이 특수하기에, 캐릭터 연구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다 보니 일상생활에서도 자신도 모르게 앵커와 같은 말투가 나온다는 그다. 이날 인터뷰 현장에서도 김남주는 인터뷰 시작 전 "물 좀 주십시오"라고 카리스마 있게 부탁을 해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우선 앵커 이미지를 만드는 게 가장 중요했어요. 그리고 미스터리 격정 멜로이다 보니까 고혹적이고 섹시한 면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했죠. 또 고혜란 캐릭터가 혼자 있을 때는 고독하고 쓸쓸한 분위기를 내려고 했고요. 나머지는 24년 연기해오면서 쌓은 것들을 바탕으로 연기했어요. 이번에 연기하면서 CF 덕을 참 많이 봤어요(웃음). CF 연기는 표정, 눈빛 연기가 많이 필요하거든요. 고혜란을 연기하면서 CF 연기를 하면서 축적된 표정, 눈빛 연기를 많이 발휘했죠(웃음)."
"드라마 촬영 초반에 아들이 저에게 '엄마 굉장히 냉철해 보여요' '엄마 굉장히 심각해 보여요'라고 하더라고요(웃음). 속으로 '그렇다면 성공인걸?'이라고 외쳤죠(웃음). 평소에 늘 고혜란 같은 말투를 쓴 것은 아니지만 아이들을 혼내거나 제가 화를 낼 때, 냉정해질 때 고혜란 말투가 나오더라고요. 촬영 현장에서 제가 어떤 이유로 화가 난 채로 누군가와 통화를 한 적이 있어요. 통화하는 소리를 들은 스태프들이 제가 대사 연습 하는 줄 알고 '저건 무슨 장면이야?' '저런 대사는 없는데?'라고 했다고 하더라고요(웃음)."
고혜란 役 열연 펼친 배우 김남주. 김남주는 지난달 종영한 종합 편성 채널 JTBC 금토드라마 '미스티'에서 대한민국 최고 앵커 고혜란 캐릭터를 연기했다. /더퀸AMC 제공'미스티'는 지난 2012년 KBS2 주말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 이후 김남주가 6년 만의 복귀작으로 선택한 작품이다. '미스티'를 어렵게 선택한 이유, 그리고 활동 공백 기간 조급한 마음은 들지 않았을지 궁금했다.
"고혜란이 완벽한 여자잖아요. 캐릭터 설명에 '오랜 운동으로 탄탄한 몸매'라고 적혀있었는데 저 자체가 완벽하지 못해서 캐릭터가 부담스러웠죠. 고혜란을 연기하려면, 완벽해질 수는 없겠지만 최대한 완벽하게 준비를 해야 하는데 그게 제일 자신이 없었어요. 그리고 앵커가 보통 직업이 아니잖아요. 게다가 대한민국 최고 앵커 이미지를 만들어 내야 하는데, 참 부담이었죠. 그런데 굉장히 작품 욕심이 났어요. 코믹 장르를 많이 했는데, 정극을 하고 싶다는 욕심도 있었어요."
"제가 작품을 쉰 6년 동안 초조한 건 없었고 '좋은 작품을 더 늦기 전에 해야 하나?' 이 정도의 고민은 있었어요. 좋은 작품을 만나서 대박이 난 배우, 갑자기 더 잘나가게 된 배우도 있었는데요. 저에게는 아이들이 있어서 괜찮았어요. '저 배우들에게는 아이들이 없잖아'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큰 아이는 벌써 중학교 1학년이에요. 딸 키가 이제 제 눈높이 정도 되고, 발은 저보다 5㎜ 작아요(웃음). 아이들을 보면서 엄마들이 보람을 느끼는데, 저도 마찬가지예요. 배우가 아니더라도 제가 꼭 해야 하는 '엄마'라는 역할이 있어서 좋아요."
기, 승, 전, 가족. 시종일관 유쾌한 김남주의 말끝에는 가족을 향한 사랑이 있었다. 김남주는 지난 2005년 배우 김승우와 백년가약을 맺고, 슬하에 딸 한 명, 아들 한 명을 뒀다. "김승우 씨가 자기 얘기 좀 하지 말라고 했다"면서도 "남편과 저는 술친구다. 남편과 술 마실 때가 가장 재밌다"고 말하며 함박웃음을 짓는 김남주다.
"'미스티', 아주 특별해요". 배우 김남주는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미스티'에 대해 "아주 특별하다" "여러모로 의미 있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더퀸AMC 제공"남편과 성격이 정말 잘 맞아요. 둘 다 사람 불러 모으는 것 좋아하고요, 유머 코드 비슷하고요(웃음). 남편과 작품에서 호흡을 맞춰 본 적이 없어서 배우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배우 김승우와 연기해봤으면 참 좋았겠다 싶기도 하죠. 재밌는 남자 배우일 것 같아요."
"남편 메신저를 보면 '2040년을 기다린다'는 글이 적혀있어요. 애들 다 키우고 놀러 다니자고 하더라고요(웃음). '지금도 노는데 뭘 또 놀아'라고 했죠(웃음)."
김남주는 '미스티' 출연 후 즐거운 변화를 맞았다.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받은 것은 물론 이미 '드라마퀸'이라는 수식어를 갖고 있는 김남주이지만, 그는 "예전과 달리 폭발적으로 좋아해 주시더라"고 말하며 '미스티'로 얻은 남다른 기쁨을 표현했다. 10대 팬은 물론, 해외 팬까지 생겨 팬미팅도 계획하고 있다. 이런 김남주에게 '미스티'는 어떤 의미일까.
"'미스티', 아주 특별해요. 연기 인생 면에서도, 개인적으로도 말이죠. 제가 작품을 쉴 때 딸 친구들이 '너희 엄마 왜 연기 안 하시냐'면서 딸을 놀린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딸에게 '저기 쌓이는 대본(출연 제안받은 대본) 안 보이니. 아무 작품이나 하지 않으려고 엄마가 안 하는 거다. 그런 말에 속상해하지 말고 흔들리지 마'라고 했죠. 딸이 초등학교 1학년이었을 때 전작을 했고, 벌써 중학교 1학년이 됐어요. 6년이라는 시간이 아이들에게 엄청난 시간이잖아요. 예전에 제가 활동했을 때는 아이의 기억에 잘 남아 있지 않을 텐데 지금의 기억은 앞으로도 생생하겠죠. 제가 '미스티' 촬영하면서 집에 매일 없는데 아이가 학교에 가면 '너희 엄마 너무 멋있다' '엄마 정말 예쁘시다, 좋겠다'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는 거예요. 오랜만에 작품을 했는데 제가 일을 하는 것이 아이 기억에 좋은 기억으로 남게 돼서 정말 좋아요."
"배우로서는 코믹 장르가 아닌 정극으로 저를 재평가해주셨다는 것에 감사해요. 그리고 16부작 미니시리즈인데 최고로 예쁜 모습을 보여줘도 되는 캐릭터여서 좋았죠(웃음). 고혜란이 무조건 예쁘게 나와야 하는 작품이었으니까요(웃음). 제작진이 고혜란을 예쁘고 아름답게 표현해주려고 정말 노력했어요. '미스티' 출연하면서 후배들에게 '자극 많이 받고 열심히 하겠다. 열심히 해서 그 자리를 지켜달라'는 연락을 많이 받았는데, 제가 후배들에게 본보기가 됐다면 그것도 정말 의미 있는 일이에요. 여러모로 의미 있는 작품입니다."
joy822@tf.co.kr [대중문화이슈팀ㅣssent@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