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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도시' 윤계상, "잠을 못자겠어요"… 이유가 뭘까? 본문
[더팩트|권혁기 기자] 객석을 가득 채운 하늘색 풍선은 그룹 god(지오디)의 상징이다. 1999년 1집으로 데뷔해 전성기 당시 대한민국 가요계 톱을 달렸던 지오디. 그 중 윤계상(39)은 래퍼였다.
윤계상이 가수에서 배우로 '외도'를 시작했던 것은 2001년 MBC 시트콤 '뉴 논스톱'이었다. 그 후 연기에 재미를 느낀 윤계상은 SBS '형수님은 열아홉'에도 출연했으며 영화 '발레교습소'를 통해 스크린 데뷔도 햇다.
이후 윤계상은 '6년째 연애중' '비스트 보이즈' '집행자' '조금만 더 가까이' '풍산개' '레드카펫' '소수의견' '극적인 하룻밤' 등 다양한 작품에서 연기 스펙트럼을 넓혔다. 그럼에도 그에게 악역은 없었다. god의 이미지도 그랬거니와 반듯해보이는 마스크도 한 몫했을 터였다.
그런 윤계상이 처음으로 악역에 도전했다. 그런데 보통 악역이 아니다. 윤계상은 지난 3일 개봉된 영화 '범죄도시'(감독 강윤성·제작 홍필름·비에이엔터테인먼트)에서 도시 일대를 장악한 신흥범죄조직의 악랄한 보스 장첸을 연기했다. 인정사정없는 장첸은 3000만원의 돈을 빌려주고 이자로 1억원을 내라고 했다. 또 주점에서 술을 마시다 수틀리자 종업원의 팔을 도끼로 내려친다. 거기다 괴물 형사 마석도(마동석 분)와 일대일이 가능한 유일한 인물이기도 하다.
듣기만 해도 섬뜩한 인물 장첸을 완벽히 소화한 윤계상은 최근 서울 종로구 소격동 카페에서 만나 "잠을 자지 못할 정도"라고 말문을 열었다.
"사실 제가 명절 특수를 노리는 영화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요. 거기가 기대를 많이 하지 않는 성격인데 주변 평이 좋아 잠을 자지 못할 정도죠."
다음은 악역이 잘 들어오지 않는다는 윤계상과 나눈 일문일답.
/키위미디어 제공-영화가 호평 일색이다. 악역을 도전하게 된 이유는?
배우로서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야 나중에 좋을 것 같았어요. 저는 배우를 평생할거라 열심히 할 뿐이죠. 사실 '소수의견' 때는 마음이 좋지 않았죠. 개인적으로는 정말 잘 나온 영화라고 생각하는데 '(관객이 적은)이유가 뭐지?'라고 생각했죠. 내가 갈 수 있는 길이 아닌가? 그래서 '소수의견' 때는 좀 우울했어요. 그러다 '굿와이프'가 잘 돼 기운을 찾았죠.
-'범죄도시'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먼저 시나리오가 정말 좋았어요. 실화 배경인데 너무 영화 같았죠. 장첸이 절대악인데 시나리오 상에는 백지상태였어요. '이 사람은 뭐지?' 그런 궁금증이 있었죠. 저에게 악역은 잘 들어오지 않는데 와서 덥썩 물었죠. 하루 만에 결정했어요. '비스트 보이즈' PD 출신이시기도 한 감독님의 입봉작이기도 했고요. 비에이엔터테인먼트 장원석 대표님은 '비스트 보이즈'에서 저에게 악의 눈빛을 봤다고 하시고 감독님은 '풍산개'에서 장첸의 이미지를 보셨다고 해서 잘 맞을 것 같기도 했죠.
-보통 악역을 연기한 배우들은 후유증이 있다고 하는데 없었나?
없었어요. 다만 피해자 역할을 했던 분들의 비명이나 얼굴이 잔상처럼 남더라고요. 가짜 칼이니까 세게 찌르면 되겠지 생각했는데 고통을 받는 얼굴을 보니까 기억에 남더라고요.
-스스로 악역에 대한 만족도는?
만족스럽습니다. 일단 연기적인 부분에서 호평을 받아 감사했죠. 캐릭터가 강하니까 돋보이는 것도 사실 있고요. 남자배우라면 마초적인 느낌으로 극을 끌어가는 힘을 볼 수 있는데 장첸이 중심이 돼야 하는 역할이라 저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만 같았어요.
-장첸을 위해 준비한 부분이 있다면?
되게 많은 시도를 하고 바로 몰입할 수 있께 준비를 했죠. 머리를 길게 붙이고 선글라스를 꼈어요. 러시아 장교의 것과 같은 코트로 거대하게 보이길 원했어요. 용병 같은 느낌이면서도 아닌 것 같은 기분, 아이러니한 사람이 되고 싶었죠.
/키위미디어 제공-액션이 많은데 부상은 없었나?
마동석 형과 액션은 정말 더할 나위가 없었죠. 그런데 나중에 화장실신(scene)에서 입술에 났던 피는 진짜 제 피였어요. 더 찍기 힘드니까 그냥 참고 했죠.(웃음) 칠순잔치 장면에서 박지환(이수파 두목 역)도 정말 고생을 했죠. 오케이 컷을 듣고 서로 일어나지 못하고 계속 누워 있었습니다.
-배우들 캐스팅부터 너무 좋았고 호흡이 장난이 아니었다.
정말 최고의 배우들과 함께 한 느낌이죠. 다들 오디션을 보고 결정을 했다는데 모든 배우가 감독님의 신의 한 수 였던 것 같아요. 모든 배우들이 그동안 얼마나 (연기적으로)깎는 작업을 하셨을까요? 그게 잘 보이는 작품이라 정말 좋았습니다. 특히 진선규(장첸의 오른팔) 배우는 굉장한 크리스천이거든요. 그게 현실적으로 좋았어요. 자신의 자아를 놓치지 않았으니까요.(웃음)
-장첸 역을 위해 참고한 작품이 있는지와 앞으로도 악역에 도전할 생각인지 궁금하다.
'시카리오'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황해'를 참고했죠. 시나리오만 좋으면 악역인든 상관없이 무조건 할 생각입니다. 악역이니까 말인데 '살인자의 기억법'이 저를 엄청 자극했어요. 설경구 선배님을 매우 좋아해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 보러 갔죠. 설경구 배우만 할 수 있는 역할이었다고 생각해요. 사실 그 정도 연기를 하면 멘탈이 뒤집어지거든요. 그렇기에 관객들에게도 인정을 받는다고 생각해요.
-누적 관객 500만명 예상한다.
정말요? 500만명이 들면 천하무적이 될 것 같아요.(웃음) 결과를 봐야겠지만 200만명이 넘으면 장첸 가발을 하고 100분께 커피 선물을 하겠습니다. 더 쎈 것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출연해서가 아니라 정말 박진감 넘치는 통쾌한 작품, 돈이 아깝지 않을 영화라고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습니다. khk0204@tf.co.kr [연예팀 | ssent@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