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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방도령' 웃지도 못하고 울지도 못하고 본문
'기방도령' 7월 10일 개봉[더팩트|박슬기 기자] "푸하하" 하고 웃음이 터진다. 어이없는 웃음이 극장 안을 가득 채운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는 장면들이 연속적으로 등장하자 보다 못한 몇몇 관객은 손으로 얼굴을 가려버린다. '부끄러움은 관객의 몫'인 영화 '기방도령'(감독 남대중)의 이야기다.
'기방도령'은 불경기 조선 폐업 위기에 처한 기방 연풍각을 살리기 위해 꽃도령 허색(이준호 분)이 조선 최고의 남자 기생이 되는 이야기다. 설정은 B급 코미디를 표방하지만 생각보다 심오한 내용도 담고 있다. 남존여비 사상에 대한 비판과 여성에게 정절을 강요하던 시절의 해학과 풍자가 담겼다.
이 풍자의 한 가운데는 기방에서 자란 기방의 꽃도령 허색이 자리했다. 정절을 지키느라 답답한 생활을 하는 여성들을 위해 자신이 남자 기생으로 나선 것이다. 이는 시대적 정신을 완전히 뒤집는 장면으로 제법 신선하게 다가온다.
이준호는 '기방도령'에서 기방에서 자란 꽃도령 허색 역을 맡았다. /판씨네마 제공허색은 남장을 하고 찾아오는 여인들을 위해 춤과 가야금 등 공연을 하고, 달콤한 멘트로 마음을 녹인다. 여인들은 그런 허색에 열광하며 중독된다. 억압받던 여성들이 해방의 해법으로 결국 남자를 선택하는 모습은 아이러니하게 다가온다. '기방도령'이 강조하고자 하는 해학과 풍자의 의미보단, B급 정서로 풀어내기 위한 스토리적 장치로 쓰인 듯하다.
이준호는 '기방도령'에서 '원맨쇼' 활약을 펼쳤다. 코믹 연기와 감정 연기는 물론 춤, 가야금 등도 직접 소화하며 '팔색조' 매력을 뽐낸다. 배우와 아이돌의 장점이 결합해 이준호의 매력이 잘 드러난다. 품과 공을 들인 그의 노력이 잘 드러난다.
또한 정소민, 최귀화, 예지원, 공명 등은 자신의 캐릭터를 탁월하게 소화했다. 연기력 탄탄한 배우들이니만큼 각자가 맡은바 충실히 했다. 특히 최귀화는 뒤태 전신 노출 등 과감하고 코믹한 모습들을 보여주며 '기방도령'의 없어선 안 될 존재로 일당백의 역할을 했다. 하지만 강승현, 공현주 등은 어색한 연기력으로 몰입도를 깬다.
최귀화(위쪽)와 예지원은 극중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며 웃음을 자아낸다. /판씨네마 제공'기방도령'은 신박한 소재와 준호 정소민 최귀화 예지원 공명이라는 좋은 재료로 어쩌면 '극한직업'을 잇는 또 하나의 재밌는 코미디 영화가 나올 거라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남 감독은 좋은 재료를 가지고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긴다.
남 감독은 기획 의도에 대해 "조선 시대에 부조리한 남존여비 사상, 신분 차별 등을 풍자하며 해학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요즘의 사회적인 분위기와 맞아 떨어진다. 하지만 영화에선 단순히 성별만 바꿔서 표현해 깊이감이 떨어질 뿐더러 의도에서 벗어난 느낌을 준다.
정소민(위쪽)과 공명, 준호는 삼각관계 로맨스를 펼친다. /판씨네마 제공과하면 독이 되듯, 너무 많은 의미를 담으려다보니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킨다. 영화에서 '열녀'(烈女)가 강조되는데 이는 오히려 반감을 사게 만들고, 남존여비 사상을 더 강조하는 듯한 느낌을 풍긴다. 배우들은 열과 성의를 다했지만, 결과물은 아쉽기만 하다.
남 감독의 전작 '위대한 소원'을 좋아했다면 '기방도령'에 꽤 기대를 걸겠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기방도령'은 오는 10일 개봉하며 러닝타임은 110분, 15세 관람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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